서론
소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는 일반적으로 성인 COVID-19에 비해 심하지 않다[1]. 하지만 일부 소아 환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SARS-CoV-2) 감염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소아다기관염증증후군(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in children, MIS-C)이 발생할 수 있다[1-3]. MIS-C는 감염학적 유발인자(infectious trigger), 전신염증(systemic inflammation) 및 장기부전(organ dysfunction)을 특징으로 한다[3].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 KD) 진단 기준에 포함되는 ‘KD-유사증상(KD-like features)’이 MIS-C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은 임상적으로 흥미롭지만, 동시에 MIS-C와 KD가 혼돈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4,5].
2023년 5월 COVID-19 팬데믹 종식 선언 후 COVID-19뿐만 아니라, MIS-C 발생빈도는 현저하게 감소하였다[6-8]. 하지만 최근까지 COVID-19의 소규모 유행이 지속되어 KD 환자 중에서 SARS-CoV-2 감염이 증명된 경우를 종종 마주칠 수 있다[8]. 팬데믹 종료 시점에, KD 환자에서 확인되는 SARS-CoV-2 의의를 재평가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즉 SARS-CoV-2는 우연히 발견된 병원체일 수 있지만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EBV)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influenza virus, IFV) 연관 KD (EBV- or IFV-associated KD) 사례와 같이, 질병 발생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9,10].
본 연구에서 저자들은 KD-유사증상, 심기능 부전 및 SARS-CoV-2 감염이 확인된 증례를 보고한다. 또한 증례 환자에게 적절한 진단이 무엇인지 논의하기 위해, MIS-C와 중증 KD (severe KD)의 특징을 비교하였다.
증례
5세 남아가 KD가 의심되어 입원하였다. 이전에 건강했던 환아는 개인의원에서 5일 전부터 발열과 경부 림프절염 치료를 위해 경구 항생제를 복용하였으나, 발열이 지속되고 전날부터 결막 충혈과 피부 발진을 보여 전원되었다. 환자의 신장은 106.4 cm (50–75th percentile), 몸무게는17.6 kg (15–25th percentile)였다.
입원 시 활력 증후는 혈압 90/60 mmHg, 심박수 132회/분, 호흡 28회/분, 체온 37.5 ℃이었다. 신체 진찰에서 (1) 분비물 없는 양측 결막 충혈, (2) 입술의 홍조와 균열, 딸기 혀, (3) 전신에 두드러기 양상의 발진, (4) 손과 발의 부종과 홍조가 관찰되었고, (5) 좌측 경부 림프절이 2 cm 크기로 촉진되었다. 흉부와 복부 진찰에는 이상 소견은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혈색소 11.0 g/dL, 백혈구 28,050 /μL(호중구 86.2%, 림프구 5.1%), 혈소판 499,000 /μL이었고 적혈구 침강속도(erythrocyte sedimentation rate, ESR) 83 mm/hr,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 CRP) 6.7 mg/dL (정상 < 0.5mg/dL), 나트륨 133 mEq/L, 알부민 3.1 g/dL,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 466 U/L, alanine aminotransferase (ALT) 552 U/L이었다. N말단 뇌나트륨이뇨펩티드(N-terminal pro-brain natriuretic peptide, NT-proBNP)는 7,153 pg/mL (정상 < 115 pg/mL)이었고 트로포닌(troponin-T)은 11.1 pg/mL (정상 < 14.0 pg/mL), 심장형 크레아틴키나제(creatine kinase MB fraction, CK-MB)는 0.8 ng/mL (정상 < 4.8 ng/mL)이었다. 소변검사에서 농뇨(10-19/high-power field)가 관찰되었고 흉부 영상의학 검사에서 심흉곽비(cardiothoracic ratio, CT ratio)는 0.5였다. 임상 및 검사실 소견을 토대로, 환자를 완전형(complete) KD로 진단하였다.
입원일 오후, 체온이 정상인데도 환자는 빈호흡과 처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때 활력 증후는 혈압 80/50 mmHg, 심박수 154회/분, 호흡 32회/분, 체온 36.9 ℃였다. 정맥주사 면역글로불린(intravenous immunoglobulin, IVIG) 치료가 준비되는 동안 시행한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좌심실의 기능부전(ejection fraction 43%)과 좌측 주 관상동맥(left main coronary artery, LMCA)의 확장(3.2 mm, Z score 2.3)을 확인하였다(Fig. 1). 심근염과 관상동맥이상(coronary artery abnormalities, CAAs)이 동반된 KD쇼크증후군(Kawasaki disease shock syndrome, KDSS)으로 진단하고, 환자는 중환자실로 이실하였다. IVIG (2 g/kg/dose)와 아스피린(30 mg/kg/day)과 함께, 혈역학적 지지를 위해 도파민(dopamine 5 ug/kg/min), 이뇨제(furosemide 1 mg/kg/day과 spironolactone 1 mg/kg/day) 및 캅토프릴(captopril 0.5 mg/kg/day) 치료를 시작하였다. 또한, 치료불응 KD (Kobayashi 7점, 고위험군 ≥ 5점)와 KDSS에 대한 공통적인 보조요법으로 스테로이드(prednisolone 2 mg/kg/day)를 추가하였다[3,11].

입원 3일째 혈압(100/60 mmHg)과 체온(37.0 ℃)이 안정되어 환자는 일반병실로 이실하였다. 배양검사(혈액, 소변 및 대변)와 다중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을 포함한 미생물학 검사에서 검출된 유의한 병원체는 없었다. 입원 시 첫 번째 혈액 검사(즉, IVIG 투여 전 검사)에서 SARS-CoV-2 nucleocapsid (N) 항체 결과가 양성(164.0 U/L, 정상 < 1.0 U/L)으로 확인되었으나, 환자는 더 이상 혈역학적 불안전성이나 발열을 나타내지 않았고 혈액검사 소견도 호전되어 입원 5일째 퇴원하였다. 외래에서 6개월 추적기간 동안 KD의 재발은 없었고 LMCA 이상도 회복(2.6 mm, Z score 0.7)되어 현재는 아스피린과 캅토프릴 치료를 유지하고 있다.
고찰
COVID-19 팬데믹은 종료되었으나, 소규모 유행이 지속되어 최근에도 소아 COVID-19 환자들을 접할 수 있고 이에 따라 MIS-C 환자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6,7]. 본 증례의 환자는 COVID-19 팬데믹 종식 선언 1년 후, 2024년 상반기 연구병원에 입원하였다.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심한 임상양상을 보였으나, 다행히 조기에 원인을 파악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여 환자는 합병증이 없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환자의 최종 진단(MIS-C 또는 중증 KD) 결정에는 많은 논의와 고민이 필요했다.
MIS-C의 적절한 진단을 위해, 우리나라 질병관리청(Korea Disease Control Agency, KDCA)에서 2024년 2월 개정된 MIS-C 사례정의(case definition)를 발표하였다[2]. KDCA 사례정의는 2023년 미국의 국가 및 영토 역학 위원회와 질병관리본부(The Council of State and Territorial Epidemiologists/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Disease Prevention, CSTE/CDC) 지침을 참고하여 개정되었다[12]. KDCA와 CSTE/CDC의 새로운 사례정의에서, MIS-C는 총 7개 기준(인구학적 기준 3개, 임상 및 검사실 기준 2개 그리고 미생물학적 기준 2개)을 모두 만족할 때 진단한다(Table 1). 2020년 COVID-19 팬데믹 초기에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미국 CDC 및 국내 KDCA에서 발표한 MIS-C 사례정의는 진단적으로 유용하였으나[1], 전신염증과 장기부전의 기준이 명확하지 못하여 MIS-C가 패혈증이나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등 다른 소아기 과염증 질환(pediatric hyperinflammatory diseases)과 혼돈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5,13].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개정된 사례정의에서는 전신염증은 CRP 3.0 mg/dL 이상인 경우로 일원화하였고 장기부전은 5가지 주요 장기침범(쇼크, 심기능 부전, 혈액학적 이상, 소화기 증상 및 점막피부 병변)으로 한정하였다[2,12].
MIS-C: multisystem inflammatory syndrome in children, KDCA: Korea Disease Control Agency, KD: Kawasaki disease, IVIG: intravenous immunoglobulin; KDSS: Kawasaki disease shock syndrome; CRP: C-reactive protein, EF: ejection fraction, CAAs: coronary artery abnormalities, Tn: troponin, ALC: absolute lymphocyte count, SARS-CoV-2: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Ag: antigen, Ab: antibody, EBV: Epstein-Barr virus, IFV: influenza virus, –: absent or not available, COVID-19: coronavirus disease 2019.
개정된 KDCA와 CSTE/CDC 사례정의에서도 중요한 제한점이 발견된다. 장기부전 정의에 신경학적 이상과 신기능 부전이 포함되지 않아 연관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들이 MIS-C 진단에서 누락(under-diagnosis)될 수 있다. 이와는 정반대로, 일반 KD 환자가 MIS-C로 과대진단(over-diagnosis)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KD로 입원한 대부분 환자는 인구학적 기준 3개(19세 미만, 발열 및 입원), 전신염증 기준 1개(CRP ≥ 3.0 mg/dL) 그리고 장기부전 기준 1개(점막피부 병변), 총 5개 기준을 만족한다. 추가적으로 CAAs나 소화기 증상(일반 KD 환자의 25% 이상에서 동반[14])이 확인되고, SARS-CoV-2 감염이 증명되면 KDCA 사례정의 7개를 모두 만족하게 되는 것이다.
Table 1에는 (A) KDCA의 MIS-C 사례정의, (B) 중증 KD (KDSS 또는 치료불응 KD)의 주요한 특징 그리고 (C) 본 증례 환자의 임상양상을 나타냈다[2,11,12,15]. 흥미롭게도, MIS-C와 중증 KD를 동일한 변수로 비교할 수 있다. COVID-19 팬데믹 초기에 MIS-C와 KD를 비교하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다[16-18]. 하지만 두 질환이 KD-유사증상을 공유한다는 것 외에, 인구학적 특징(연령, 인종 등)이나 검사실 소견(림프구감소증, 혈소판감소증, 고페리틴혈증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5,17]. 특히 일반 KD 환자에 장기부전 동반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중증도 측면에서 MIS-C와 KD는 연관성 없는 별개의 질환처럼 여겨진다[4,16].
MIS-C와 ‘중증 KD (severe KD)’의 관계는 MIS-C와 일반 KD의 관계와는 다르다[18,19]. 이는 MIS-C와 중증 KD의 공통적 특징에 KD-유사증상뿐만 아니라 장기부전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SARS-CoV-2의 유무를 제외하고, MIS-C와 중증 KD의 임상 표현형은 완전히 동일할 수 있다[5]. Fig. 2에는 (A) 병원체가 밝혀지지 않은 중증 KD, (B) 특정 병원체(예: EBV 또는 IFV) 감염이 입증된 중증 KD, 그리고 (C) SARS-CoV-2 감염이 입증된 중증 KD(즉, MIS-C)의 구성요소를 비교하였다[4].

COVID-19 팬데믹 종료 시점에서, 모든 KD 환자가 SARS-CoV-2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KD 환자가 5–9세 이상 연령이거나 심한 전신염증(예: 림프구감소증이나 혈소판감소증) 또는 장기부전을 나타내는 경우, MIS-C와 구분하기 위해 SARS-CoV-2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19,20]. KD 병리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감염학적 유발인자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20]. 본 증례에서 저자들이 가장 고민한 것은 SARS-CoV-2의 증명 자체를 MIS-C로 진단해야 하는지 여부였다. 장기부전 없이 단순히 SARS-CoV-2만 확인된 환자는 MIS-C가 아닌, ‘SARS-CoV-2 감염이 입증된 KD (SARS-CoV-2 infection-proven KD)’로 진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장기부전과 함께 SARS-CoV-2가 확인된 KD 환자는 KDCA 또는 CSTE/CDC 사례정의를 완전히 충족하는 것이므로, MIS-C로 진단해야 한다.
결론
팬데믹은 종료되었으나 COVID-19의 소규모 유행이 지속되어 최근에도 SARS-CoV-2 감염이 확인된 KD 환자를 마주칠 수 있다. 2024년 개정된 KDCA의 MIS-C 사례정의는 이전의 기준보다 보완되었으나, 여전히 MIS-C의 과소진단이나 과대진단의 가능성이 존재한다. KD 환자에서 SARS-CoV-2 감염과 장기부전이 함께 확인되면 MIS-C로 진단해야 한다. 유사한 이유에서, KD 환자가 심한 전신염증이나 장기부전을 나타낼 때 MIS-C 감별을 위한 SARS-CoV-2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팬데믹 종료 후 발생하는 MIS-C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