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가와사키병(Kawasaki disease, KD)은 5세 이하 소아에 호발하는 원인 미상의 급성 열성질환(acute febrile illness)이다[1]. KD의 특징은 발열과 진단기준에 포함되는 5가지 주요 임상증상(principal clinical features; 발진, 결막염, 입술과 입 안의 염증, 손발의 변화 및 경부림프절 비대)이다[2]. 관상동맥 이상(coronary artery abnormalities, CAAs)이 치료받지 않은 환자의 15%–25%에서 발생되기 때문에, KD를 조기에 진단하여 정맥주사 면역글로불린(intravenous immunoglobulin, IVIG)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1–3]. 하지만, KD 환자의 약 1/3 이상은 진단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임상양상을 나타내어 다른 소아기 열성질환과 혼동될 수 있다[4]. 이러한 불완전(incomplete) 혹은 비정형(atypical) 환자는 KD에 부합하는 검사실 소견이나 심장초음파 소견을 토대로 진단한다[2,4].
요로감염(urinary tract infection, UTI)은 영유아에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중증 세균감염(serious bacterial infection)이다[5–7]. UTI 환자의 1%–3%에서 전신염증반응증후군(systemic inflammatory response syndrome)이 발생되어 요로 패혈증(urosepsis)이나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organ dysfunction)이 합병된다[8,9]. 농뇨(pyuria)는 UTI 환자의 특징적인 검사실 소견이지만, KD 환자의 약 30%–60%에서 관찰되어 불완전 KD 진단에 활용되는 검사실 소견이기도 하다[10–12].
본 연구에서 저자들은 KD의 주요 임상증상 없이 발열과 농뇨로 입원한 영아가 호흡곤란과 쇼크를 나타내어 패혈증과 장기부전이 합병된 심한 형태의 UTI로 오인하였던 KD 사례를 문헌고찰과 함께 보고한다.
증례
12개월 남자 환자가 4일 동안 발열로 입원하였다. 개인의원에서 진료받았으나 발열이 지속되고 구토와 처지는 증상을 나타냈다. 과거력과 가족력에는 특이 병력이 없었다. 환자의 신장은 77 cm (50–75th percentile), 몸무게는 9.4 kg (15–25th percentile)였다.
입원 시 활력 증후는 혈압 90/65 mmHg, 심박수 131회/분, 호흡수 30회/분, 체온 39.1 ℃이었다. 급성 병색을 보였으나 신체 진찰에서 점막피부(mucocutaneous) 증상이나 주목할 만한 다른 비정상 소견은 없었다. 혈액검사에서 혈색소 11.3 g/dL, 백혈구 32,800 /μL (호중구 92%, 림프구 4%), 혈소판 414,000 /μL이었고, 적혈구 침강속도 62 mm/hr, C-반응단백(C-reactive protein, CRP) 215 mg/L (정상 < 5.0 mg/L), aspartate aminotransferase (AST) 20 U/L, alanine aminotransferase (ALT) 47 U/L, 알부민 3.5 g/dL이었다. 소변검사에서 농뇨(30–49/high-power field [HPF])가 확인되었고 혈뇨, 단백뇨 및 아질산염(nitrite) 반응은 음성이었다. 흉부 및 복부 영상의학 검사는 정상이었다. UTI에 대한 경험적 항생제(cefotaxime) 치료를 시작하였고 신장 영상의학 검사를 계획하였다.
입원 4일째 오전, 소변 배양검사의 음성 소견이 확인되었고 신장 초음파 및 핵의학 검사에도 특이 소견은 없었다. 하지만 환자의 발열은 지속되고 혈액검사에서 빈혈과 저알부민혈증, 그리고 CRP, AST, ALT 및 빌리루빈 값의 증가 소견을 보였다. 내성균주에 의한 치료 실패 가능성[13]을 고려하여, 항생제를 meropenem으로 교체하였다. 신 농양(renal abscess)과 간효소치 증가를 평가하기 위해 시행한 복부 computed tomography (CT) 검사에서, 소량의 복수(ascites)가 확인된 것 외에 비뇨생식계(urogenital tract)와 위장 관계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 같은 날 저녁, 환자는 전혀 먹지 못하며 끙끙 앓는(moaning sign) 모습을 보였다. 당시 환자의 손발은 차갑게 느껴졌으며, 활력 증후는 혈압 70/35 mmHg, 심박수 158회/분, 호흡수 42회/분, 체온 37.9 ℃였다. 흉부 영상의학 검사에서 새롭게 발생된 병변은 없었다.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CAAs는 없었으나, 삼첨판 역류(grade III)와 심낭삼출(pericardiac effusion)이 확인되었다. 패혈증과 장기부전(호흡기계 및 심혈관계)이 합병된 UTI (complicated UTI)[9]로 진단하고 환자를 중환자실로 이실하였다.
입원 6일째, 중환자실에서 산소 공급과 적극적인 수액 치료를 하면서 혈압상승제 치료없이 환자는 혈역학적으로 안정되었다. UTI 동반 세균 수막염과 균혈증(concomitant bacterial meningitis and bacteremia with UTI) 감별을 위한 뇌척수액 검사 및 연속적인 혈액 배양검사에는 이상이 없었다. 발열의 정점도 낮아졌지만 38 ℃ 이상의 발열이 하루 2회 이상 측정되었다. 또한 입원 당시 없었던 몸통의 두드러기 양상 발진과 양쪽 눈에 충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환자는 최종적으로 3가지 주요 임상증상(발진, 결막염 및 입술의 염증)과 5가지 KD에 부합하는 검사실 소견(빈혈, 저알부민혈증, 간효소치 증가, 백혈구증가 및 농뇨)을 나타내어 불완전 KD 진단기준을 충족하였다(Table 1). IVIG (2 g/kg/dose)와 아스피린 치료를 시작하였고 다음날부터 체온을 포함한 활력 증후가 안정되어 환자는 일반병실로 돌아왔다.
입원 10일째, 환자는 양쪽 손가락 끝에 막양낙설(desquamation)을 보였고 추가적인 증상 악화 없이 퇴원하였다. 세균과 바이러스 배양검사, 혈청학 및 분자생물학적 검사에서 검출된 병원체는 없었다. 추적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판막 이상소견과 심낭삼출은 호전되었고 새롭게 발생한 CAAs도 없었다. 외래에서 3년 추적기간 동안 KD나 UTI의 재발은 없었다.
고찰
KD는 선진국 후천성 심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고 UTI는 소아기 세균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2,6]. 이 두 질환은 병인과 병리기전의 연관성이 없고 각각은 구분되는 임상양상을 나타낸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 KD는 UTI와 혼돈될 수 있다. 특히 본 증례와 같이, KD 환자가 점막피부 증상 없이 발열과 농뇨, CRP 상승을 주 증상으로 나타내는 경우 KD의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10,12].
농뇨는 비뇨생식계의 염증반응에 의해 소변 내 백혈구 개수가 증가(> 5/HPF)하는 것을 의미한다[11]. 농뇨는 UTI와 KD뿐만 아니라 격렬한 운동과 같은 생리적 상황에서, 그리고 영유아의 일반 열성질환(nonspecific febrile illness)에도 동반될 수 있다[5]. 또한 연쇄구균 감염을 포함한 일부 감염질환과 전신홍반루프스(systemic lupus erythematosus) 등의 류마티스질환에서도 농뇨가 관찰된다[5,11]. 신우신염이나 사구체신염에서 관찰되는 농뇨는 신 실질(parenchyma) 기원이며, 신장 외(extra-renal) 전신염증과 관련된 농뇨는 주로 요도(urethra)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14].
농뇨는 불완전 혹은 비정형 KD 진단에 도움되는 검사실 소견이지만, 동시에 KD를 다른 소아기 일반 열성질환으로 오인하게 하는 진단적 함정이 되기도 한다[15]. 발열과 농뇨를 보이는 영유아에서 UTI와 KD를 구분하기 위한 연구들이 수행되었다[16–18]. Han et al.[3] 연구에서, 간효소치 증가는 KD 환자의 70% 이상에서 UTI 환자의 20% 미만에서 관찰되고, 아질산염 양성 반응은 KD 환자의 0%에서 UTI 환자의 40% 이상에서 확인된 결과를 토대로, 간효소치 증가는 KD에 좀 더 특이적이고 아질산염 양성 반응은 UTI에 좀 더 특이적이라 보고했다. 즉, 발열과 농뇨를 보이는 영유아가 간효소치 증가와 아질산염 음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UTI보다 KD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정상 간효소치와 아질산염 양성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KD보다 UTI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농뇨가 동반된 KD는 농뇨 동반이 없는 KD보다 전신염증, IVIG 치료 저항성 및 CAAs 합병증 측면에서 좀 더 심한 양상을 보인다[10,11]. 따라서, KD 환자에서 농뇨의 존재는 불량한 예후(poor prognosis)와 연관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보다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농뇨와 마찬가지로, KD의 중요한 임상 및 검사실 소견들이 진단적, 치료적 혼란을 유발시킬 수 있다(Table 2). 예를 들어 KD 환자가 쇼크와 심한 염증반응을 보여 패혈증 혹은 패혈성 쇼크로 오인 가능하고, 뇌척수액 검사에서 백혈구증가증(pleocytosis)이 확인되어 세균성 혹은 바이러스 수막염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2,4]. 경부림프절염이 우세하거나 유일한 증상을 경우, 세균성 림프절염이나 후인두(retropharyngeal) 농양으로 치료받기도 하며, 심한 복통으로 인해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19].
UTI가 소아기 가장 흔한 세균감염이라는 역학적 특징을 고려하면, 24개월 미만 영유아가 발열, 농뇨 및 CRP 상승을 보이는 경우 UTI에 대한 경험적 항생제 치료와 영상의학적 검사가 시행되어야 한다[5–7]. 하지만, UTI에 대한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임상적 호전이 없는 경우, 치료 실패의 원인으로 내성균주나 신장 합병증(신 농양 혹은 요로 패혈증)뿐만 아니라 숨겨진 KD 존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12,16–18].
본 증례 환자는 입원 시 발열 증상과 검사실 소견에서 백혈구증가증, CRP 증가 및 농뇨가 확인되어 UTI에 대한 검사와 치료를 시작하였다. 발열이 지속되어 내성균주에 대한 항생제로 치료를 보강하였으나, 환자의 증상은 더욱 악화되어 호흡곤란과 쇼크를 나타냈다. 패혈증과 장기부전이 합병된 UTI로 진단하여 환자를 중환자실로 이실하였다.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삼첨판 역류와 삼낭삼출이 확인되었으나 그 외에 불완전 KD 진단기준을 만족하는 소견(즉, 관상 동맥류, 동맥확장, 혹은 좌심실 기능저하)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가 발진과 결막염을 나타낸 후에 KD를 의심할 수 있었다. 만약 저자들이 KD 환자의 30%–60%에서 농뇨가 관찰되고, KD의 초기 임상증상이 장기부전 동반 UTI 혹은 중증 패혈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였더라면, 좀 더 일찍 KD 진단이 가능하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연구는 KD 환자 1명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검토한 증례보고로, 사이토카인 평가와 같은 면역학적 검사 결과는 연구에 포함하지 못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 실제(true) UTI에 의해 발생된 KD 사례가 보고되었는데[17,20], 이는 KD와 UTI의 인과관계 및 공통의 병리기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